글의 향기

남성 여러분~ 수다 떨며 살자구요"

슬로우 슬로우 2007. 6. 15. 08:53
남성 여러분~ 수다 떨며 살자구요"
수다처럼 즐거운 대화도 드물다. 시간 잘 가지, 부담 없지, 가끔은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건질 수 없는 
기막힌 아이디어도 탄생하지, 게다가 은근슬쩍 재기발랄 매력을 자랑하는 기회도 되지. 
'수다는 브레인스토밍의 기본'이라고 주장하는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최원석, 이보라미, 이윤주, 
김영은(왼쪽부터 시계방향)씨가 수다떨기의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해줬다. 
“아 아, 알립니다. 여러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기술들 아시죠. ‘재테크’ ‘시테크’ ‘헬스테크’ 등등 아닙니까. 
그런데 최신 기술이 새로 나왔답니다. 좀 거시기 하지만 ‘수다테크’랍니다. 아줌마들 모여 앉아 쓸데없이 
잡담이나 
늘어놓는다고 핀잔하던 분들, 이젠 조심해야 겠어요. 수다 하나만 잘 떨어도 돈 벌고 승진하고 
더벅머리 총각 장가가기 쉬워진답니다. 잘 떠들면 성공하는 시대, 뭐시냐 수다병법 권하는 사회 한번 
보실랍니까.”
▲ 수다는 삶의 활력소
“처음 시작은 아줌마에 대한 연구였어요. 본래 독신남녀가 타깃이었는데 예상 밖에 전업주부의 이용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주부들한테 물었죠. 삶에서 중요한 게 뭐냐고. 그랬더니 ‘
수다’라는 대답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최근 LG텔레콤은 ‘수다스폰서’를 ‘기분존(일정 절차에 따라 집안에서 쓰는 휴대전화 이용요금을 
유선전화 수준으로 할인해 주는 서비스 메뉴)’ 서비스의 마케팅 컨셉트로 내세웠다. 
요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통화하라는 뜻에서다.
김대영 LG텔레콤 마케팅실 과장은 “‘수다스폰서’로 마케팅 컨셉트를 바꾼 이후 하루에 1,000~1,500명씩 
기분존 서비스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주부들의 삶에 기쁨을 주는 수다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덕분이다.
▲ 수다속에 사업기회 있다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좋은 분들과의 교류 속에서 
잠시나마 걱정거리를 잊게 해주는 휴식이 되거든요.”
지난 3월 오픈한 블로그 사이트 ‘미투데이(www.me2day.net)’에 올라 온 한 네티즌의 글이다. 미투데이,
 플레이톡(www.playtalk.net) 등 한두 줄의 댓글 형식으로 참여하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요즘 인기다. 
기존 블로그가 관심 주제를 심도있게 파들어가는 반면 마이크로 블로그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것들을,
 주변에 알리고 싶은 150자 내외 짧은 이야기들을 별 부담없이 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마디로 ‘
가벼움’과 ‘소통’이 공통 키워드. 오프라인의 수다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형태다.
마이크로 블로그 붐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트위터(twitter.com)가 각광 받고 있다. 
트위터는 전세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같이 나누는
 일종의 온라인 수다를 사업모델로 한다. 트위터는 지난 봄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이을 차세대 온라인 서비스로 지목, 수다가 엄청난 신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수다는 멀티태스킹 화법이다
짤막한 대화를 이어가는 마이크로 블로그의 부상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ㆍ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린다.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인터넷을 하고, 동시에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현대인에게 멀티태스킹은 필수. 
특히 수다는 다른 일을 보면서 이어갈 수 있는 멀티태스킹 대화법이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제를 이어가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ㆍ문서 정보가 서로 넘나들며 비순차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구성돼 있는 것) 대화법이다.
아줌마들의 전유물에서 숨가쁘게 변화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젊은이들의
 소통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 수다, 방송 콘텐츠도 장악
요즘 TV 연예ㆍ오락 프로그램은 ‘맞아, 맞아’식의 구성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특별한 화제나 의미 있는 
콘텐츠 없이도 
프로그램은 승승장구한다. SBS TV의 <야심만만>은 매 회마다 ‘연애할 때 이런 여자 꼭 있다’식의 
일상적인 주제를 
내세우고 패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을 한바탕 수다로 풀어내면서 재치와 순발력을 겨룬다.
이와 비슷하지만 출연자를 국내 거주 외국 여성으로 한정한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아예 프로그램 제목에 
수다를 내걸고 그 자체를 상품화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수다문화 혹은 수다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을 “수다에 대한 인식이 
소모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다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책이자 솔직함의 대명사이죠. 또 기존의 편견을 뒤엎음으로써 일상의
 전복이라는 저항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수다의 외피가 워낙 가볍기 때문에 진지한 
주제들을 희석하고
 소비자들을 오도하는 수단으로 쓰일 위험도 있어요. 수다도 매력적인 상품이 된 시대이긴 하지만 
그만큼 내용상의 견실함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수다를 만들었고 수다는 지금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수다, 
제대로만 떨면 당신도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