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
고독이라는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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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3. 21:55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문정희 시인의 詩<고독>

모딜리아니 그림 속의 사나이처럼 가는 모가지 위에 여윈 얼굴을 얹고있는 고독이라는 초상, 혼자 흘러와...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아야 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生을, 황야처럼 넓은 生을,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그것이 바로 고독의 느낌이 아닐런지...

인생이 고독하기로...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질까? 한낮이 가는 것이 흔적조차 없어진다고, 온 몸이 깨어진다고... 얼마나 힘들고, 아프면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는 듯한,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를 상상해 낼 수 있을까?

사람 사는 길, 그 두려운 깊이를 쓸쓸하게 일러주는, 겹겹이 어둠으로 우리를 에워싸고, 춥고 적막한 지하의 밀실로 끌어들여 황량한 광야에 홀로 서 있게 하는, 길 잃고 마지막 샛길까지 가야 하는,

삶의 끝방에서 또한 영혼의 다락방에서, 조금씩 부서지며, 무너지며, 그러나, 끝내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고독이라는...애인!-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