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 안양소식

청계사 가는길에............

슬로우 슬로우 2012. 6. 16. 21:46

 청계사 가는길에 주말 농장 밭가에 핀 접시꽃과 코스모스가 너무 예뻐서  찍어봤어요.

매실도 주렁주렁 열렸는데...비가 안와서 제대로 크지못했다는 주인 아저씨 말씀 .. 다들 기다리던 비는... 오늘도 소나기도 안오네요 ㅠ.ㅠ

예쁜 접시꽃을 보니

도종환님의 접시꽃 당신 시가 떠올라서 사진과 함께 올려봅니다^^

 

 

 가족들과 산책하기 좋은 청계사 계곡

 

 

 

청계사 황금 와불 누워서 불자들의 기원을 잘듣고 계시나요?

 

 

 

 수많은 기원이 연등에 실려서....

 

 

 

 

* 접시꽃 당신 *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 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울 아파트 앞 나무 가뭄에 벌써 낙엽이 되려하네요

 

 

'내고장 안양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안양천 산책길~~  (0) 2012.09.01
병목안 시민공원에서...  (0) 2012.08.12
오늘도 또 안양천에서 ~~  (0) 2012.06.07
우리동네  (0) 2012.05.29
포토 봉사팀 안양유원지 출사~~  (0) 201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