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향기

가을날...........릴케

슬로우 슬로우 2006. 9. 9. 11:31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 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서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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